본문으로 건너뛰기
전체 글

임대수익과 매각차익을 나누면? 부동산 STO의 선후순위 구조 실험

· 약 8분
Bankware Global Engineering

부동산을 작은 단위로 나누어 투자할 수 있게 만들면, 투자자는 그 상품을 사고 싶어 할까?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 Polsto를 개발하면서 수익형 부동산을 검토할 때 마주친 질문이다. 자산에 대한 권리를 토큰으로 표현하면 투자 단위를 잘게 나눌 수 있다. 하지만 투자 단위가 작아졌다는 사실만으로 그 자산의 수익 구조까지 매력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3억 원짜리 부동산에서 월세가 100만 원씩 나온다면, 비용 차감 전 임대수익률은 연 4%다. 부동산 전체를 사든 그 권리의 일부를 사든, 같은 비율로 임대수익을 나누면 수익률은 여전히 4%다.

그런데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익의 모습은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정기적인 임대수익을 원하고, 누군가는 당장의 배당을 포기하더라도 매각 시 가격 상승의 이익을 더 크게 가져가고 싶어 한다.

같은 자산에서 나오는 돈을 이 두 투자 성향에 맞게 나누면 어떨까?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 선후순위 토큰 아이디어를 하나의 숫자 예제로 살펴본다. 여기서 토큰증권 발행(STO)은 배경이고, 검토의 대상은 투자자에게 어떤 현금흐름과 우선순위를 부여할지에 관한 설계다. 실제 구현이나 투자 수요가 검증된 상품을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부동산 한 채의 수익부터 계산하기

다음과 같은 부동산을 사서 2년 동안 보유한다고 가정하자. 시장 평균이나 실제 매물의 수익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배분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설명용 숫자다.

항목가정
매입금액3억 원
월 임대수익100만 원
연 임대수익1,200만 원
보유기간2년
상승 시나리오의 매각금액3억 3천만 원

계산을 단순하게 하기 위해 대출은 없고, 취득·보유·매각에 드는 비용과 세금은 제외한다. 월세는 매달 전액 들어오고, 받은 돈을 재투자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이 부동산을 2년 뒤 3억 3천만 원에 팔면 임대수익 2,400만 원과 매각차익 3천만 원이 발생한다. 총이익은 5,400만 원, 최초 투자금 3억 원에 대한 **2년 총수익률은 18%**다.

이를 보유기간 2년으로 나눈 단순 연평균 수익률은 9%다. 월세를 받는 시점까지 반영한 내부수익률(IRR)이나 복리 연환산 수익률을 계산한 값은 아니다.

여기에는 성격이 다른 두 수익이 섞여 있다. 임대수익은 보유 중 발생하는 현금흐름이고, 매각차익은 2년 뒤 실제 매각가격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다. 매각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차익은 없고, 내리면 임대수익을 받았더라도 전체 투자에서 손해가 날 수 있다.

투자금은 절반씩, 받는 권리는 다르게

이제 매입금액 3억 원을 두 투자자 그룹이 1억 5천만 원씩 부담한다고 해 보자. 두 그룹에 같은 비례 지분을 주는 대신, 다음과 같이 서로 다른 권리를 부여한다.

구분선순위후순위
최초 투자금1억 5천만 원1억 5천만 원
보유 중 임대수익전액 수령배분 없음
매각 시 배분원금 1억 5천만 원까지 먼저 상환선순위 상환 후 남은 금액 수령
가격 상승 시매각차익 배분 없음매각차익 전액 수령
가격 하락 시후순위 투자금 소진 뒤 원금 손실원금 손실을 먼저 부담

매각대금은 선순위 원금 상환 → 후순위 잔여금 배분 순서로 흐른다. 이런 지급 순서를 흔히 워터폴이라고 부른다. 선후순위를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이름보다 이 순서다.

임대수익을 받는 권리와 매각차익을 받는 권리를 나눴다는 사실만으로 선후순위가 정해지지는 않는다. 이 예제에서는 매각 시 원금 상환 순서까지 정했기 때문에 후순위가 먼저 손실을 부담한다. Investor.gov 역시 트랜치를 설명할 때 원금과 이자의 지급 우선순위를 핵심으로 다룬다. 트랜치와 지급 순서에 관한 설명

여기서 선택한 규칙은 선후순위 구조의 한 가지 예시다. 선순위에 고정이자를 약정하거나, 남은 임대수익을 후순위에도 나누는 등 다른 설계도 생각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들어온 임대수익만 선순위에 지급하고, 부족한 임대수익을 나중에 보충해 주는 약정은 두지 않는다.

3억 3천만 원에 팔리면 누가 얼마를 받을까

먼저 앞서 가정한 상승 시나리오를 적용해 보자.

선순위는 2년 동안 임대수익 2,400만 원을 받고, 매각 시 원금 1억 5천만 원을 돌려받는다. 총이익은 2,400만 원이므로 투자금 대비 2년 총수익률은 16%, 단순 연평균은 8%다.

후순위는 보유 중 임대수익을 받지 않는다. 매각금액 3억 3천만 원에서 선순위 원금 1억 5천만 원을 상환하고 남은 1억 8천만 원을 받는다. 원금 대비 이익은 3천만 원으로, 2년 총수익률은 20%, 단순 연평균은 10%다.

2년 동안의 결과선순위후순위
임대수익 수령액2,400만 원0원
매각대금 수령액1억 5천만 원1억 8천만 원
원금을 뺀 총이익2,400만 원3천만 원
2년 총수익률16%20%
단순 연평균 수익률8%10%

후순위처럼 2년 말에만 원금과 이익을 받는 경우, 2년 총수익률 20%의 복리 연환산 수익률은 약 9.54%다. 위 표의 10%는 비교를 위해 총수익률을 2로 나눈 값이다.

처음에는 자산 전체 기준으로 임대수익률이 연 4%였는데, 선순위 투자금 기준으로는 연 8%가 됐다. 매각차익도 전체 투자금 기준으로 단순 연평균 5%였지만 후순위 투자금 기준으로는 10%가 됐다.

분모가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선순위는 매각차익을, 후순위는 임대수익을 포기했다.

전체 투자금에서 두 그룹의 비중이 절반씩이므로, 단순 연평균 기준으로 **50% × 8% + 50% × 10% = 9%**다. 두 그룹의 총이익을 더해도 원래의 5,400만 원과 같다. 권리를 나누면 각 투자자의 수익 구조가 바뀌지만, 부동산이 벌어들이는 돈의 총량은 그대로다.

가격이 떨어지면 선후순위의 차이가 드러난다

2년 뒤 매각가격이 2억 7천만 원으로 내려가면 어떻게 될까?

선순위는 매각대금에서 원금 1억 5천만 원을 먼저 받는다. 후순위에는 1억 2천만 원이 남는다. 부동산 가격은 10% 떨어졌지만, 후순위는 자신의 원금에서 20%를 잃는다.

다음 표는 같은 배분 규칙을 여러 매각가격에 적용한 것이다. 임대수익을 제외한 매각대금과 원금 손익만 비교한다. 후순위는 투자금을 초과해 추가 납입할 의무가 없다고 가정한다.

매각가격선순위 수령액후순위 수령액후순위 원금 대비 손익률
3억 3천만 원1억 5천만 원1억 8천만 원+20%
3억 원1억 5천만 원1억 5천만 원0%
2억 7천만 원1억 5천만 원1억 2천만 원−20%
1억 5천만 원1억 5천만 원0원−100%
1억 2천만 원1억 2천만 원0원−100%

후순위 투자금 1억 5천만 원이 매각 손실을 먼저 흡수한다. 그러나 매각가격이 그 아래로 내려가면 선순위도 원금을 전부 돌려받을 수 없다. 마지막 행에서 선순위는 원금 3천만 원을 잃는다.

따라서 선순위를 설명할 때는 “손실이 없다”보다 **“후순위가 먼저 손실을 부담한다”**가 정확하다. 이 예제의 50% 완충 폭은 차입과 비용을 제외한 가정에서 나온 숫자다. 다른 우선채권이나 처분 비용이 있다면 투자자에게 배분할 수 있는 금액부터 달라진다.

임대수익도 별도로 봐야 한다. 공실이나 미납 때문에 연간 수령액이 1,200만 원에서 900만 원으로 줄면, 선순위의 그해 임대수익률은 8%에서 6%로 내려간다. 이 모델에서 8%는 월세가 전액 들어올 때의 계산 결과이며, 지급을 보장하는 고정금리가 아니다.

후순위 투자자는 왜 참여할까

여기까지 읽으면 선순위의 장점은 쉽게 보인다. 임대수익을 전부 받고, 매각 시 원금도 먼저 돌려받는다. 그렇다면 임대수익을 포기하고 가격 하락까지 먼저 부담하는 후순위에는 누가 투자할까?

이 구조에서 후순위가 얻는 것은 자신의 투자금보다 큰 자산의 가격 변동에 노출되는 효과다. 1억 5천만 원을 투자해 3억 원짜리 부동산에서 생긴 매각차익 전부를 받는다. 같은 이유로 가격 하락의 손실도 먼저 떠안는다. 손실이 투자금 전액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자산 가격 변동률의 두 배가 후순위 원금 손익률에 반영된다.

이 점이 매력적인지는 가격 상승 가능성과 보유기간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달려 있다. 매각가격이 2년 동안 그대로라면 후순위는 원금만 돌려받는다. 매각이 늦어지면 배당 없이 기다리는 기간이 길어지고, 같은 차익을 얻더라도 연환산 수익률은 낮아진다.

따라서 50:50은 설명하기 쉬운 출발점일 뿐, 투자자를 모을 수 있는 비율이라는 결론은 아니다. 선순위에 배분하는 임대수익, 후순위의 투자금 비중, 매각 시점과 의사결정 권한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후순위의 몫을 바꾸면 선순위의 수익률과 손실 완충 폭도 함께 달라진다.

결국 상품 설계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화면에 표시할 수익률뿐 아니라, 서로 다른 두 권리를 제시했을 때 양쪽 투자자가 실제로 그 조건을 받아들이는가다. 이 예제는 배분 결과를 설명하지만, 그 수요까지 입증하지는 않는다.

토큰에는 어떤 권리를 담아야 할까

이 구조를 토큰으로 표현한다면 선순위 토큰과 후순위 토큰은 같은 자산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서로 다른 현금흐름과 지급 우선순위를 나타내게 된다.

이때 토큰의 이름이나 수량보다 먼저 정해야 할 것이 있다. 어떤 비용을 뺀 돈을 배분할지, 임대수익이 줄면 어떻게 처리할지, 매각은 누가 언제 결정할지다. 선순위와 후순위가 매각 시점에 동의하지 않을 때의 의사결정 규칙도 필요하다.

규칙이 정해지면 시스템이 기록하고 검증할 대상도 명확해진다. 어느 기간의 임대수익을 누구에게 지급했는지, 매각 시 각 그룹에 얼마를 배분했는지, 그 합계가 실제 배분 가능 금액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토큰을 중간에 양도할 수 있다면 이미 발생한 임대수익의 청구권이 양도인과 양수인 중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도 정해야 한다.

이는 현금흐름 배분에 관한 설계 제안이다. 실제 발행에 필요한 권리의 법적 구성과 집행 가능성은 별도 검토 대상이며, 이 글은 특정 구조의 법적 적합성을 판단하지 않는다.

Polsto를 개발하면서 시작한 질문은 “이 자산으로 매력적인 투자 상품을 만들 수 있을까?”였다. 숫자를 나눠 보고 나니 그 질문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뀐다.

이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손실을, 누가 어떤 조건으로 받아들이게 할 것인가?

선후순위 구조의 가치는 이 조건을 분명히 드러내는 데 있다. 임대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와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에게 서로 다른 선택을 제시하되, 각자가 포기하는 권리와 부담하는 손실도 함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토큰을 발행하기 전에 먼저 완성해야 할 것은 바로 그 배분 규칙이다.